최근 北 돌발 행동 등 의견 교환
트럼프가 걸어 文의 ‘의중’ 물어
백악관 “북미 정상회담 긴밀 조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0일 예정에 없던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돌발 행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20분간 통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이번이 15번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10시30분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미로, 긴급하게 논의할 현안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원포인트’ 통화 가능성, 북·미 교섭 진행 과정에서 제기된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용 통화라는 분석이다. 통화 시간이 20분에 그친 만큼 현안 전반에 대한 폭넓은 논의보다 특정 이슈를 집중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토요일 밤 늦은 시간에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진 건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여러 차례 물었다”며 “특별한 상황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반응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묻고 문 대통령이 답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남·북·미 사이 이슈 외에 새로운 이슈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주부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문을 내고 미국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고, 한국 언론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참관 거부 움직임, 탈북 여종업원 북송 요구 등 강경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통화가 북한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비판이 계속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북한에 ‘자제 시그널’을 주려 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1일 미국 워싱턴으로 떠난다. 양 정상이 만나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세 차례, 한·미·일 정상회담 한 차례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양 정상은 이날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을 비핵화 회담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보상 방안들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전날 밤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상황을 논의하고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긴밀한 조율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