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미국이 후속 대책으로 이란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strongest sanctions in history)’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유럽연합(EU)에 핵협정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재촉하고 중국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등 한층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의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표한 ‘(이란 핵)협정 이후: 새 이란 정책’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새로운 대이란 제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이란 경제의 생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는 “미국은 제재를 통해 이란에 전례 없는 재정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이란이 굽히지 않으면 ‘제재의 고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 사찰단에 완전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폼페이오는 또 이란이 중동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시리아와 예멘에서 병력을 철수시킬 것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테헤란(이란 정부)의 정책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있을 때에만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부차관보는 전날 CNN에 “(새 대책의) 진짜 목표는 더 나은 협상이 아니라 이란 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넣으려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특정 관료들의 목표는 이란의 정권교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에 국제사회가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의 우방인 영국 독일 프랑스도 한결같이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비판해 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0일 테헤란을 찾은 미겔 아리아스 카네테 EU 에너지·기후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정치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란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실질적 행동을 주문했다. 알리 아스가르 하지 중국 주재 이란대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리는 중국을 비롯해 남은 회원국들이 협정을 계속 이행할 수 있도록 돕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