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32)의 행보는 여느 청춘스타들의 그것과 얼마간 차이를 보인다. 갑작스러운 스타덤에도 한눈팔지 않고 무던히 작품 활동에 매진해 왔다. 인기가 높아졌다는 우쭐함보다 연기할 기회가 늘었다는 기쁨이 큰 듯했다.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2015∼2016) 신드롬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류준열은 ‘다작(多作) 배우’가 됐다. 밀려드는 러브콜에 뜨거운 연기 욕심이 부응한 결과였다. 지난해에만 세 편의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으로 관객을 만났다. 배역은 크지 않으나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류준열은 자신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그들에게서 찾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러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내가 지켜나가야 할 것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셨다. 최민식 송강호 정우성 조인성 등 선배들의 조언과 가르침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쉬지 않고 달린다. 지난 2월 ‘리틀 포레스트’에서 순박한 청년 농사꾼을 연기했던 그가 22일 개봉한 ‘독전’에서는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는 아시아를 장악한 유령 마약조직 보스 ‘이 선생’의 정체를 쫓는 범죄액션물. 극 중 류준열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형사(조진웅)와 손을 잡는 락 역을 맡았다.
“전사(前史)가 없는 인물이어서 처음엔 막막하고 어려웠어요. 게다가 대사도 많지 않고 감정표현도 없거든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일단 주어진 감정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락이라는 인물을 알아갔어요.”
류준열은 “보통 촬영장에 가면 농담도 많이 해가며 최대한 즐겁게 임하는 편이다. 그런데 ‘독전’을 찍으면서는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외롭고 공허한 감정이 계속 들었다”며 “이러다 몸이 축나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제작비 113억원이 든 대작. 이토록 규모가 큰 상업영화의 주연은 처음이다. 그러나 본인은 “배역에 따른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역할에 관계없이) 자기 몫을 잘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주어진 몫이 크든 작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준열은 “연기가 너무 즐겁고,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현장을 세심히 챙기는 인격부터 갖춰야겠죠. 그래야 모두가 절 찾아주실 테니까요. 연기만 잘한다고 해서 오래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