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이면 복제”… 웹툰 산업 위기 부르는 불법 사이트



불법 사이트 1000개 안팎… 작년 한 해만 2000억 피해
사이트 차단이 근본책이지만 절차 복잡해 최장 6개월 걸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웹툰산업이 불법 공유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2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고, 누적 피해액은 2조원을 육박한다는 추정액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피해 상황을 취합해 오는 23일 대검찰청에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을 고발하기로 했다.

만화가협회는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7000억원 정도인데 업계의 피해액이 시장 규모의 3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21일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 피해 추정액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는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의 무료 웹툰은 물론이고 레진코믹스 투믹스 등의 유료 웹툰까지 무단 복제해 게시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불법 사이트가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 1000개 안팎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업체는 국내 1위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다. 웹툰 전문 큐레이팅 사이트인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PC로 접속하는 경우에 한해 한 대형 불법 사이트의 트래픽이 레진코믹스의 트래픽을 넘어섰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새로 올라오는 웹툰을 2시간 만이면 훔쳐가 불법으로 게시한다”며 “자금력을 갖춘 불법 사이트들이 저작권 보호 사각지대에 있는 국가에 서버를 만들어 민간기업에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사이트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이트 완전 차단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는데 1∼6개월 정도 걸린다. 심의하는 기간 동안의 피해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정부는 이 단계를 간소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난해 제출했으나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같은 이름을 내건 우회 사이트를 금세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우회 사이트는 완벽히 차단하지 못한다. 해외 사이트도 국내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웹툰산업은 굉장히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불법 사업자에 대한 처벌은 벌금 200만원으로 끝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대부분 200만∼300만원의 가벼운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끝난다.

불법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수준이다. 불법 사이트에서는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성인 만화를 볼 수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수익 창출에 동원되는 불법 광고들이 청소년들을 불법 도박이나 조건만남으로 이끌고 있다. 저작권을 침해하고 웹툰산업을 망가뜨리는 걸 넘어 사회 안전망을 파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