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심 끝에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장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주화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 나서더라도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받아내지 못하면 결렬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 중 정상회담 성사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김 위원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그는 21일(현지시간) “우리가 김 위원장을 만나려는 의지는 가장 완강한 적의 가장 큰 도전조차 외교로 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이란 핵합의 폐기 이후’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폼페이오는 그러나 “그런 의지에 고통스러운 압박 캠페인이 따르는 것은 이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려는 우리의 책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해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더 분명하게 말했다. 므누신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은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변화가 있다면 여러분이 바로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강행 결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백악관이 제작한 트럼프-김정은 회담 기념주화다. 백악관은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주화 250개를 제작해 이를 공개했다고 UPI통신이 보도했다. 기념주화 앞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보는 옆모습이 새겨져 있다. 두 사람의 배경에는 각각 성조기와 인공기가 그려져 있으며 ‘미합중국 대통령 트럼프’와 ‘최고지도자 김정은’이라는 호칭이 쓰여 있다. 가장자리에는 한글과 영어로 ‘평화회담’ ‘PEACE TALK’라는 글도 들어가 있다. 뒷면은 백악관과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장식돼 있다.
백악관은 과거에도 외국 정상과 회담을 할 때 기념주화를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회담 개최 전에 주화를 공개한 것은 성급하고, 김 위원장을 ‘최고지도자’로 호칭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 들어가 김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비핵화 로드맵을 비롯한 뚜렷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결렬을 선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김 위원장이 장난을 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걸어나갈 것”이라며 “협상이 결렬되면 북한은 리비아 꼴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반출과 사찰 등 검증 일정 등에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