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南 기자 방북무산 유감” 北 1만달러 수수료 요구 없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北 공언한 계획대로 진행될 듯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기로 했던 남측 취재진의 22일 방북이 무산됐다. 외국 기자들은 이날 오전 북한의 전세기를 타고 강원도 원산으로 향했지만 북측은 우리 기자들에게 비자 발급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23∼25일 진행하기로 공언한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조명균 장관 명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북측이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북측은 받지 않았다.
외국 기자들은 오전 9시48분(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인 JS622편을 타고 출발,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원산에 마련된 숙소에서 1박을 한 뒤 23일 풍계리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참석한 외국 기자들은 미국 AP통신과 CNN CBS방송, 인터넷 매체인 Vice, 영국의 스카이뉴스, 러시아 타스통신, 중국 신화통신과 CCTV 등이다.
우리 기자단은 21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왔지만 결국 취재가 무산됨에 따라 23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이날 서우두공항에서 만난 CNN의 티모시 슈워츠 베이징 지국장은 북한이 비자와 취재비를 이유로 1만 달러(약 1080만원)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수수료(fee)는 없었다”고 답했다. 최근 북한이 외신 기자들에게 사증 등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다.
남측 기자들의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 무산은 북한이 남측에 분명한 압박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목전인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설명해달라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남측 기자단 취재 무산 카드로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후 현재 숨고르기 중인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가 다시금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가 핵실험장 폐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북한을 다독인다면 경색된 남북 관계가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베이징=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