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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이제 독박육아 말고 집단모성!…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 육아를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되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 그만큼 많은 손길이 필요하단 얘기다. 한국 사회 구조는 여전히 아이 키우는 일을 엄마의 몫으로 돌린다. ‘독박육아’라는 아우성이 나오는 것은 이 탓이다. 뿔난 엄마들이 “우리 모두 엄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섰다.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는 바로 이 엄마들이 모여서 쓴 책이다. 저자는 지난해 6월 창립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이 단체는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을 했던 장하나(41) 전 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장 전 의원은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야만 독박육아를 끝내고 평등하고 행복한 가족 공동체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 만납시다”라고 제안했다.

책에는 첫 모임부터 현재까지 약 1년간의 이야기, 회원들이 공동체를 향해 던지는 질문,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 등 정치하는엄마들의 궤적과 목소리가 압축돼 있다. 우선 엄마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는 이유. “평균 재산이 41억원, 평균 연령이 55세, 83%가 남성인 국회는 애초부터 엄마들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에 직접 나선 엄마들은 육아를 사회 전체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집단모성’ 개념을 제안한다. 돌봄과 살림을 여성이나 엄마가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로 보고, 또 그렇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아 문제의 기본 해법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고 본다. 맞벌이나 외벌이 부부에게 육아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퇴근이 늦기 때문이다. ‘기-승-전-노동시간’이란 얘기다. 실제 이 단체는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 및 보육 추경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번득이는 정책 제안도 한다. 일명 ‘엄마 노인정(서로돌봄방)’. 공동육아를 위해 지역 단위로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엄마들이 이곳에 모여 육아 고충도 토로하고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것이다.

이 책은 정치하는엄마들이 그간 토의하고 고민한 과정의 부산물이다. 필자는 장 전 의원을 비롯한 회원 10명이지만 저자는 남성, 할머니 등 다양한 구성원 100여명 전체다. 말랑말랑한 육아서가 아니다. 육아가 답답했던 엄마들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내가 이래서 힘들구나’ 맞장구치며 속 시원해할 연대기이자 투쟁기다. 현실적인 육아 정책 기조서이자 제안서로도 읽힌다. 보육 정책을 고민하던 이들은 눈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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