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문을 파헤치는 책들이 많았다. ‘분노와 화염’ ‘더 높은 충성’ ‘러시안 룰렛’ 등이 대표적이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현직 대통령의 인격적 결함과 도덕성 상실을 개탄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최근 베스트셀러 상단에는 조금 색다른 책이 등장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 존 미챔의 명성과 언론의 주목이 겹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 정치 지도자에게 혐오감을 갖는 독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대한 대통령들이 많았지만 약점투성이 대통령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탁월한 대통령들은 그 시대의 도덕적 권위와 철학적 깊이를 대변했지만 한계도 안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민 대통령’ 칭호를 얻은 앤드루 잭슨은 백인 농부들을 위해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넣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은 전후 재건과정에서 지역 간 불평등 시비를 낳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시민운동을 장려했지만 매카시즘과 우익 음모론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긴 시각으로 보면 미국은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면서 조금씩 전진해온 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종갈등과 증오범죄, 분리주의와 반이민정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데 위안을 삼을 만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토머스 제퍼슨, 앤드루 잭슨, 조지 H W 부시 등 미국 대통령들에 대한 책을 펴낸 대통령 전기 전문 작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