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으로 다국적 경제 지원… 韓·美·日·中 대북투자 명시
단계적 절충 해법 제시 주목… “One Korea” 통일 첫 언급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이 시일이 좀 걸려도 가능한한 빨리 비핵화를 이행하면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괄타결(all-in-one) 방식의 협상을 제안했다. 그동안 북한이 제시한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동시적 보상’ 방식을 반대해온 미국이 그 대안으로 절충적인 일괄타결 방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한·중·일 3국이 대북 투자에 참여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협상은 한꺼번에 일괄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더 낫다. 다만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CVID)’를 할 경우 북한 체제를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다”며 “김정은은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괄타결론은 큰 틀에서 일괄타결을 하되 일부는 물리적 여건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미타결된 채 남겨둘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그 사이 단계적 보상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어떠한 보상도 없는 ‘리비아식 모델’과는 차별화된 ‘트럼프식 모델’로 받아들여진다. 뉴욕타임스(NYT)도 “기존의 완전한 일괄타결 요구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단계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 대가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대북 투자 참여 계획까지 밝혔다. 특히 북한의 잠재적 핵·미사일 위협 대상인 일본까지 대북 투자 참여국으로 거론한 것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국들을 아우르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 수교에 이어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가 들어서면 주변국들이 대북 투자에 참여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에 북한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상당한 몫의 투자를 하도록 얘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도 한국만큼 경제적 성공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오래전에는 북한 못지않게 열악했지만 이토록 위대한 실험을 시작했고, 잘 끝냈다”고 격찬했다. 그는 “삼성과 LG를 보고, 한국이 만드는 선박과 그들이 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은 수조 달러를 썼다”고 말해 미국이 대북 투자를 주도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정상회담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를 다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는 미국의 투자, 미국의 기술, 미국의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남북한 사이에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인위적 국경이 된 것은 상당한 정도 미국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해 남북 분단의 미국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성공한 두 개의 코리아’를 보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언젠가 하나의 코리아로 돌아가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