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美 원하는 방향 첫 단계”
WP “3, 4번 갱도 사용될 가능성”
타스통신 “판문점서 합의한 것”
주요 외신들은 24일 진행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보낸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는 제스처를 보인 만큼 이후의 절차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가 현장을 검증하도록 북한 당국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핵실험장 폭파 장면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기 위해 방송기자 위주로 외신기자들을 초청했다”면서 “이날 폭파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이 구체적으로 움직인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갱도를 완전히 폭파해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했던 1번 갱도의 경우 오래전 폐쇄돼 10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긴 하지만 이 갱도가 파괴됐다는 정보는 없다”면서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3번과 4번 갱도도 (향후 복원해) 다시 핵실험에 사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는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다른 시설에서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은 있다”며 “평양에서 북쪽으로 103㎞가량 떨어진 영변 핵시설에 새 원자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영변 핵시설에서 시민들이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로를 통해 무기 수준의 플루토늄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북한이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과의 외교적 화해 제스처로서 올해 초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언급해 왔다”면서 “핵실험장 폭파를 실행에 옮긴 것은 외교적 조치이며, 지역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마지막 실험 이후 핵실험장이 부분적으로 무너지고 있어 일부러 폭파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일본 언론 역시 핵실험장 폭파에 대해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여전히 ‘완전한 핵 폐기’로 볼 단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오후 7시32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속보보다 한 단계 높은 ‘플래시’급 속보로 분류해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했다는 AP통신 보도를 전했다. 교도통신은 해설기사에서 북한의 조치에 대해 “핵 개발을 동결하는 데 중요한 조치”라면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착수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이나 보유 중인 핵무기 폐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체제 보장 등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핵실험장 폭파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를 어필한 모양새지만 전문가 입회는 인정하지 않아 완전한 폐기를 검정하는 데는 불충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도 “풍계리 현장 공개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당시의 합의가 지켜졌음을 상기시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