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바뀌면 전화하라” 트럼프식 벼랑끝 협상술?



“언젠가 만나기를 고대” 金과 관계 긍정적 평가하고 억류자 3명 석방엔 사의 표명
취소 통보하면서 여지 남겨… 백악관 앞서 취재신청 받고 트럼프 일정까지 통보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다시 열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6·12 싱가포르 회담 취소를 통보하면서도 “언젠가 당신을 만나기를 몹시 고대한다”며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전화하든지 편지를 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요구에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취소를 결정하면서도 아쉬운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서한에서 “세계와 특히 북한은 항구적 평화, 위대한 번영과 부의 큰 기회를 놓쳤다”며 “지금 상실한 기회는 역사에서 정말 슬픈 순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김 위원장과 아름다운 대화가 구축되고 있었다고 느꼈다”고 표현한 것은 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는 ‘신뢰’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특히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한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호의를 어느 정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서한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언급했지만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를 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몇 차례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서한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전화하거나 편지를 하라는 표현을 썼다. 두 사람이 직접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통한 간접적인 북·미 간 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실제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취소나 연기 가능성을 언급할 때만 해도 싱가포르 회담 준비를 착실히 준비해 왔다. 백악관은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회담 기념주화를 만들기도 했고, 지난 23일에는 한국 특파원들을 비롯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싱가포르 회담 취재 신청을 받았다. 비보도를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일정도 통보했다. 당시 백악관의 설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싱가포르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싱가포르에는 10일 도착할 예정이었다. 회담이 열리기 이틀 전 싱가포르에 도착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에 들르지 않고 곧장 싱가포르로 가겠다는 건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공을 들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만큼 백악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회담 취소를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