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발표 → 北 담화 → 굿 뉴스 → 北과 대화 중… ‘반전의 반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완화 법안 서명식 행사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일을 선택하고 건설적 대화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AP뉴시스


트럼프, 서한 직접 구술 韓·日에 알리지 않고 발표
8시간 만에 北 김계관 담화… 트럼프 트윗 긍정 반응 이어져
美, 취소 직전 주미대사에 통보 “한·미 간 소통에 문제”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게 된 과정부터 25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환영하는 트윗을 내놓기까지 워싱턴과 한반도 주변 외교가는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직접 구술한 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알리지 말고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CNN 방송과 NBC 방송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의회 지도자들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북한이 선수 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서한은 이날 오전 9시43분쯤 북측에 전달됐고, 9시50분쯤 발표됐다고 NBC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심한 것은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겨냥해 내놓은 담화가 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는 보고를 받고도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 반응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아침 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서한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서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술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펜스 부통령과 전화로 협의했다.

이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평소 세 사람의 발언과 성향을 감안하면 갈렸을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자신을 겨냥한 비난 성명을 내놓은 이후부터 측근들에게 ‘정상회담이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밤 그가 제출한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하원 청문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재고를 요청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도 전격적이었다. 북한이 낌새를 차리고 회담을 걷어찰 우려가 있다고 보고, 서둘러 먼저 발표한 것이라고 NBC는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회담을 중재한 한국은 물론, 일본도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다. 한국에 미리 알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한사코 말렸을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자고 합의한 뒤 이틀 만에 회담을 깼다.

한국이 사전에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는 미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 정부가 회담 취소 발표 직전에 조윤제 주미대사에게 사실을 통보했고 조 대사가 발표 수분 전에 청와대에 알려왔다”고 해명했다. 이는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 직전에 통보받았다는 것으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8시간 만인 25일 오전에 북한이 김 제1부상을 통해 담화를 발표한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심야 회의를 거쳐 아침 일찍 담화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북한의 담화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외교가에서는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특히 그가 트윗에 글을 올린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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