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누가 ‘흙신의 땅’을 뺏을까… 페더러·정현 불참

라파엘 나달이 지난해 6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서 개인 통산 열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다. AP뉴시스
 
나달의 최대 적수로 꼽히는 노박 조코비치, 알렉산더 즈베레프, 도미니크 팀(왼쪽부터). 신화뉴시스


나달 클레이코트 22연승 저지한 도미니크 팀이 강력한 도전자
2016년 대회 챔피언 조코비치 ‘떠오르는 별’ 즈베레프는 대항마


‘흙신 나달을 가로막을 자 누구인가.’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 27일(한국시간) 막을 올리는 가운데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랭킹 1위)의 기록 갱신 여부에 전 세계 테니스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유일하게 10차례 우승했는데 올해 자신의 기록을 또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클레이코트에서의 활약이 워낙 대단한데다 최고 맞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마저 불참하면서 ‘나달이 우승 못하면 그게 이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오픈의 영원한 영웅, ‘흙의 신’ 나달

클레이코트는 표면을 점토로 만든 것으로 바닥을 친 공 속도가 하드코트나 잔디코트에 비해 느리다. 이에 따라 강서브를 무기로 삼는 선수보다는 체력과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강세다.

여기에 특화된 최적의 선수가 바로 나달이다. 나달은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인 뒤 승리를 따내는 기술이 탁월하다. 나달은 2005년 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뒤 2008년까지 4연패했다. 2009년 한 해를 쉰 나달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거뒀고 지난해 대회도 제패하며 통산 10회 우승의 대업을 달성했다.

특정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한 선수가 10번 우승한 것은 프랑스오픈의 나달이 유일하다. 나달은 올해 몬테카를로마스터스, 바르셀로나오픈, BNL이탈리아인터내셔널 등 클레이코트 3개 대회를 제패했다. 지난 12일 현재 통산 클레이코트 승률이 무려 92%나 된다. 흙만 밟으면 신계에 입성하는 나달은 자연스럽게 프랑스오픈 11회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고 팬들도 이를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신에 도전하는 선수들

나달의 최대 적이 방심이라면 방심의 틈을 이용해 그를 꺾을 만한 후보들이 전혀 없지는 않다.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8위)은 결정적인 순간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의 발목을 잡은 경력이 있다. 나달은 지난해 5월 로마 마스터스 8강에서 패배한 이후 지난 13일 마드리드오픈 8강전에서 패하기까지 클레이코트 21연승과 50세트 연속 승리 기록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로마 대회와 마드리드오픈에서 나달을 이긴 선수가 바로 팀이었다. 나달과의 통산 상대전적은 3승 6패로 열세지만 3승 모두 클레이코트에서 거뒀다.

‘떠오르는 클레이 코트의 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3위)도 무시 못할 선수다. 즈베레프는 올해 클레이코트 대회인 BMW오픈, 마드리드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열린 BNL이탈리아인터내셔널 결승에서 나달과 접전 끝에 패하긴 했지만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오랜 부상 끝에 재기에 성공한 2016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22위)가 옛 위력을 되살린다면 나달의 고전도 예상된다.

한국테니스 사상 첫 프랑스오픈 시드를 받은 정현은 아쉽게도 지난 24일 발목 부상을 이유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지난해 BMW오픈 4강, 바르셀로나오픈 8강, 프랑스오픈 3회전 진출 등 클레이 코트에서 강했기에 그의 불참은 더욱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 2일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을 꺾을 가능성이 있는 선수’ 8명 중 한 명으로 정현을 꼽은 바 있다.

여자부 주목할 선수들은

여자부에서는 세계 랭킹 1위지만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는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와 올해 1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할레프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2위)가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5위)도 주목할 선수다. 지난해 9월 출산 후 첫 메이저 대회에 나오는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453위)의 성적도 관심사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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