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타깃은 북미다” 글로벌 영토 확장 한국 방송시장

미국 ABC 방송이 국내 드라마 ‘굿 닥터’(KBS·2013년)를 리메이크한 ‘더 굿 닥터’ 시즌2를 올해 제작하기로 했다. 미국에 수출된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 첫 시즌 방송은 매회 평균 1800만명이 시청하는 등 크게 인기를 끌었다.미국 ABC 방송 홈페이지 캡처




중국·일본 한류에 머물지 않고 인구 많은데다 구매력이 높은 북미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스튜디오 드래곤, 넷플릭스 등 세계적 기업과 공동제작 노려
동남아시아로도 시선을 돌려


하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킹덤’, 예능 ‘범인은 바로 너!’는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한·미 공동제작 드라마 ‘그 남자 오수’는 지난 3월 국내 케이블 방송 OCN과 미국 동영상 업체 드라마피버 등에서 동시 방영됐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국내 방송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굿 닥터’ ‘신의 선물’, 예능 ‘꽃보다 할배’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미국판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2013년 방송됐던 ‘굿 닥터’(KBS)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 포맷 수출 형태로 진출한 ‘굿 닥터’는 지난해 9월 ABC 방송에서 방영됐는데, 3화 방송 누적 시청자 수가 1820만명에 이르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이는 2017∼2018년 미국 지상파 정규 시즌 프로그램 가운데 최다 시청자 수 기록이다.

방송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과 중국, 일본 등에서의 한류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넓혀가고 있다. 인구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북미 지역이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진입 장벽은 높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북미 지역을 주요 해외 시장으로 삼았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세계적 규모의 미디어 기업과 공동제작을 노리고 있다. 방영권이나 포맷을 판매하는 방식을 넘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제작의 가장 큰 이점은 시장 규모를 키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 시장에 갇혀서는 수익성 극대화에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방영권이나 포맷권 등의 판매로는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공동제작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익 배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콘텐츠가 성공하면 이름값을 크게 올릴 수도 있다.

SBS가 중국에서 ‘런닝맨’을 공동제작 해 성공을 거둔 게 좋은 사례로 꼽힌다. SBS가 2015년 런닝맨 포맷을 중국에 판매하면서 중국 방송사와 공동제작에 나섰다. 이로 인한 수입이 300억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그해 SBS가 전송권을 판매해 얻은 수익(700억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를 정도다.

넷플릭스 드라마피버 등이 최근 국내 기업과 공동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윤재식 수석연구원은 “고품질 스크립트 콘텐츠(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주요 제작사와 방송사들도 드라마의 국제 공동제작을 통해 규모의 대형화와 마켓 권역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지역 외에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구수 세계 4위 인도네시아, 외국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태국 등이 주요 방송 수출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다만 구매력이 높지 않고 종교적 제약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지만 더 이상 국내 업계가 선호하지 않는다. 아직도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발생한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18 한류백서’에 따르면 한한령 이후 중국 진출 문화산업 기업의 피해액이 1124억원(기업 당 평균 19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기대수익으로 따지자면 약 2809억원(기업 당 평균 53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한령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경종을 울렸다.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경험한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지 않게 됐다. 중국이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 콘텐츠의 수입과 유통에 온갖 규제를 가하는 것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