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제 생기면 우선 한국 찾는 패턴 생겼다”



북·미 정상회담 중재자역 수행… 한반도 운전자론 힘 실릴 듯
“김 위원장, 문 대통령 만나 北 사정 상의… 신뢰 쌓였다” 북·미회담 성사까지 진통 계속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일시적으로 형성됐던 북·미 간 난기류를 걷어내고 6·12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미 위기상황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다시 한 번 수행하면서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한국외대 석좌교수)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과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을 위한 옵션으로) 한국을 우선 선택하고 있다”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이러한 패턴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북·미 관계의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한·미 정상 간 핫라인을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과 직접 소통할 수 없는 북한이 한국을 통해 자신들의 진심을 전달하는 일종의 과도적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며 “북·미가 실무단계에서 대화하는 도중 생긴 오해를, 북한 정상이 나서 남한 채널을 통해 해명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믿고 북한의 어려운 속사정을 털어놓고 상의할 만큼 양 정상 간 신뢰가 쌓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 교수는 “2차 남북 정상회담도 양 정상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북·미 관계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4·27 정상회담 이후 삐걱거렸던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유익했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 과정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차관은 “남북이 형식과 격식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었던 자리”라며 “새로운 회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새로울 게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 중에 새로운 내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진전된 성과가 없어 실망했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단순한 중재자에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전 원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운전자 역할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중재 역할에만 머무르지 말고 때로는 얼굴을 붉힐 때는 붉히는 등 철저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지만, 회담 당일까지도 돌발 변수가 많아 조심스럽다는 전망이 많았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미 실무자들이 접촉하고 있지만, 회담 의제 조율에는 상당히 난제가 있다”며 “그걸 잘 넘기면 세기적인 정상회담이 될 거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 전 차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은 거론되는데, 체제안전 보장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우려했을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대가 우려하는 바를 안심시키는 것이 회담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관건”이라고 했다.

노용택 김판 신재희 기자 nyt@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