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남북-북·미 대화 물밑접촉을 이끈 주역
이번 회담 둘만이 배석… 존재감 과시했다는 평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6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남북 대화의 핵심 라인임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에는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만 배석했다. 전격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 역시 두 사람 간 소통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이끈 주역이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각종 현안을 함께 조율했다. 서훈-김영철-폼페이오로 이어지는 라인이 긴밀히 협조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3월 5일엔 서 원장이 대북 특사단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 모두 메신저로서 활약을 펼친 것이다. 특히 서 원장은 방북 당시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미 대화 및 비핵화 구상을 직접 들었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판문점 선언을 도출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서 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배석자로 나섰다. 김 부위원장은 또 지난 7∼8일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 및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접견 때도 자리하며 최고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를 주도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26일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을 수행해 실세임을 과시했다. 최근 ‘드루킹’ 사건과 연루돼 논란을 빚고 있는 송 비서관은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개통된 지난달 20일 북측 실무자와 첫 시험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