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회담한 후 유럽식 ‘볼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던 경험 때문에 이런 인사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더 긴밀해진 두 정상의 관계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친 후 남측으로 돌아가는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김 위원장과 포옹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뺨을 서로 맞대는 방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몸을 양팔로 감싸 안은 상태였다. 김 위원장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자신의 얼굴을 문 대통령의 양 볼에 번갈아가며 가져다댔다.
뺨을 번갈아 맞대는 것은 유럽 사람들의 인사법이다. ‘비즈(bise)’라고 불린다. 유럽의 각 지역에 따라 볼을 맞대는 횟수가 다른데, 스위스의 경우 통상 3차례 볼을 번갈아가며 맞댄다. 이번 볼 인사가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15세 때인 1998년 9월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베른의 한 공립학교를 ‘박운’이라는 가명으로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에도 합의문에 서명한 후 포옹했다. 다만 이때는 서로 오른쪽 뺨을 가까이 밀착시켰으나 볼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김정숙 여사가 김 위원장 부부가 귀환 차량에 탑승하기 전 이설주 여사의 볼에 얼굴을 대며 작별의 정을 나눴다.
이번 볼 인사는 남북 관계 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까스로 불씨가 살아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이 긴급하게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인 만큼 이번에는 ‘가까운 친구’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먼저 회담을 제안한 후 문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한 점도 파격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