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예정에 없었던 질의응답 시간까지 마련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하루가 지난 27일 오전 발표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개최 사실 발표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문 대통령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어제(26일) 논의한 내용을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회담 결과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며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북측의 형편’은 북한 매체들의 보도 형태와 관련 있어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일반적으로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전달할 때 발생 시점 하루 뒤에 보도한다. 실제로 북한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27일 오전 6시 처음으로 회담 개최 소식을 알렸고 이어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도 보도했다.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과 2면에 걸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보도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담기 위해 우리 측에 결과 발표를 하루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 개선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개 매체(국내 언론 3개, 해외 언론 1개)를 현장에서 호명해 질문을 받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월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선 문 대통령이 무작위로 직접 기자를 지명했다. 당초 대통령 질의응답은 예정에 없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 브리핑룸에는 1개 언론사에서 기자 1명만 회견에 참석하도록 제한됐다.
이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