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의심 말라”… 김정은, 트럼프에게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9일 만에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전날인 25일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 위원장 오른쪽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청와대 제공


트럼프 ‘마음 바뀌면…’에 간접 답신으로 볼 수 있어
김계관 담화로 급한 불 끄고 文 만나 돌파구 찾으려 한 듯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트럼프 의중 확인했을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남북 정상회담 자리를 빌려 미국에 ‘우리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김 위원장 앞으로 보낸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나에게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한 데 대한 간접 답신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4차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은 6월 12일로 예정돼 있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했다”며 “(김 위원장은) 역사적인 조·미 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조·미 관계 개선과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처음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을 받아든 직후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는 25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미국과 아무 때나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는 담화를 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남측 국가정보원 간 핫라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제1부상의 절제된 담화로 급한 불부터 끈 다음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운전자인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미 미국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미 정부와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언제 어떤 방식의 체제안전 보장책을 얻어낼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 북한으로선 백악관 참모진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있는 그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 남북 정상회담이 사흘 새 연이어 개최되면서 남·북·미 3각 소통이 이뤄진 셈이다. 세기의 핵 담판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은 남북 정상 간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문 대통령을 사이에 둔 북·미 간 간접 소통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동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북·미 양 정상이 직접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간 직접 소통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양측 간 핫라인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남북 간에는 이미 정상을 포함해 각급 핫라인이 구축돼 있어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사태를 풀어갈 수 있음을 지적하며, 북·미 간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