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격변기에 ‘깜짝’ 회동… 드라마틱한 전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비공개 회담을 위해 북측 수행원들이 회담장 문을 닫고 있다. 정상회담은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청와대 제공


NYT “북·미회담 구조 위한 예상치 못한 만남”
WSJ “金 비핵화 재확인하고 트럼프와의 회담·협상 원해”
전문가들, 文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주목하기도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2차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가 번복하는 ‘외교적 격변기에 드라마틱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소된 북·미 정상회담을 구조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하면서 북한 핵무기의 운명을 둘러싼 외교 소용돌이에서 나온 새로운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에서 열렸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과 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정상회담이 며칠 사이에 취소됐다가 번복되는 롤러코스터를 겪는 사이에 ‘깜짝’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면서 난관에 부닥친 북·미 정상회담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문 대통령의 결의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 비밀 남북 정상회담은 일련의 외교 전략에 드라마틱한 전환”이라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는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재 역할을 했다며, 그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주목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애덤 마운트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을 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불시에 회담을 연 것은 막후 외교를 통해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두 정상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운 연구원은 “두 사람은 직접 소통을 하고 급하게 만날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어색한 악수 대신 마치 오랜 친구처럼 문 대통령을 맞았다”고 말했다.

터프츠대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의 변신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김 위원장은 몇 달 사이에 가장 드라마틱한 단장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며 “그는 부랑자에서 국정 책임자로, 미치광이에서 우아하고 잘 준비된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나 스콧 시먼 유라시아그룹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핵무기 고수와 경제 성장을 요구하는 서로 다른 세력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군부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생존의 ‘보검’인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것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반면 어느 정도 풍족한 삶을 맛본 핵심 지지층은 김 위원장이 내건 경제적 번영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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