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뒷배’ 자처하던 中 당혹… 中 끼어들 여지 크게 줄어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큰 소동을 겪으면서 중국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취소 선언으로 판을 흔든 뒤 대화 틀이 다시 남·북·미 3자 구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진핑(習近平) 배후론’을 경고한 만큼 당분간 중국의 끼어들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로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이 배제되는 구도가 됐다”며 “최소한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중국 변수가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중국 지도부가 이날 긴급회의를 개최해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중국은 당초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나 불러들여 영향력을 과시하는 등 ‘중국 역할론’을 굳혀 왔다. 하지만 중국의 개입에 불만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카드로 새판을 짜고, 2차 남북 정상회담도 열리면서 중국이 끼어들 여지가 줄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거론하면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종전선언 논의에서 남·북·미·중의 4자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새판짜기로 중국의 구도는 모두 흐트러졌다.

최근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도 당초 ‘북·중 밀월’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가 방중한 뒤 27∼28일 동북지방 일대의 열차 운행 통제 소식까지 전해지자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 직전인 24일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방문 목적이 모두 틀어졌을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에서 적극적 역할을 계속할 방침을 거듭 밝혔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반도 문제에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한반도 안전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있으며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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