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트럼프 회담 취소 선언 25일 김계관 “美와 대화 용의” 트럼프 “따뜻하고 생산적”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트럼프 “싱가포르 회담 검토”
“북·미대화 첫발… 불가피한 진통”
남·북·미 3자는 지난 주말 내내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이 하루도 못 가 번복되고 남북 정상 간 ‘번개’ 회담 개최 사실이 사후 공개되는 등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이런 급격한 정세 전환은 올해 초 남북 관계 회복 국면에도 나타났지만 변동 폭은 이번이 훨씬 극단적이었다.
한반도 정세는 지난 24일까지도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오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격렬히 비난하는 개인명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미 간 정상회담 사전협의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신호였다. 남북 관계 역시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활동을 비난한 뒤부터 단절 상태였다.
소강 국면을 먼저 깬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4일 오후 10시48분 북·미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는 주로 트위터에서 나왔지만 이번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을 취했다. 백악관이 이 편지를 언론에 공개한 직후 한반도 정세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북한이 제대로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이튿날인 25일 오전 7시24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아쉬워하면서 향후 미국와의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어 문 대통령에게 ‘일체의 형식 없는 만남’을 제안했다.
정세 전환 조짐은 25일 밤부터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제1부상 담화를 “따뜻하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하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번복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대통령이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된 자국의 공식 입장을 단 하루 만에 뒤엎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고 북한의 입장을 설명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남북, 북·미 경색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26일부터 해소 국면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3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회담 종료 3시간 만인 오후 7시54분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였다.
이런 급박한 국면 전환은 한반도 정세 안정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북·미 대화 가 간신히 발을 뗀 현 단계에선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 대화로 그간 쌓인 오해와 불신이 풀린다면 사소한 갈등이 파국으로 번지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모두 회담 당일까지 서로 체제를 존중하고 말조심도 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