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성 김-최선희 비핵화 방법론 등 논의
CIA라인도 北 별도 접촉… 싱가포르선 의전 문제 협의
실무접촉 가닥 잡히면 폼페이오-김영철 만나 합의사항 확정할 전망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미 간 준비 접촉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다. 워낙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한 차례 취소 후 재개될 만큼 진통을 겪은 회담이어서 양측의 접촉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양쪽의 실세들과 미국의 북한통, 북한의 미국통들이 총출동한 모습이다.
북·미 접촉은 크게 싱가포르와 판문점으로 이원화됐다. 판문점에서는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이행 방법과 시기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으며, 싱가포르에서는 경호와 의전 문제 등이 협의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실무접촉에 나서는 북측 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비서실장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28일 “김 부장이 오늘 베이징에서 오후 3시35분 항공편으로 출국해 밤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미국도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준비팀이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양측은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장소와 정상들의 이동경로, 오·만찬 행사, 언론 공개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판문점 북측 지역 건물인 통일각에서는 주한 미국대사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전날에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다. 판문점 접촉은 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에 북·미 양측은 비핵화 협상의 최고 전문가들로 실무협상단을 꾸렸다. 미국에서는 성 김 대사와 엘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나섰다. 북한에서는 최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는 이날 판문점 접촉에서 비핵화 이행 방법뿐 아니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절차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협상팀은 비교적 이른 시각인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목격돼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판문점 접촉은 2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판문점 협상을 돕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 라인이 북한 당국과 별도로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상팀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말해 판문점 접촉을 확인했다. 그는 “북한은 눈부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 위대한 경제·금융 국가가 될 것”이라며 “나는 김 위원장과 이 점에 대해 합의를 했고, 그것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라는 말을 쓸 만큼 북·미 간 실무접촉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미가 주요 의제에서 상당 부분 잠정합의를 했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실무접촉이 가닥이 잡히는 대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조만간 미국에서 만나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