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원석’으로 거듭나는 배우들

박민영은 ‘범인은 바로 너!’(넷플릭스), 지진희 차태현은 ‘거기가 어딘데’(KBS), 소지섭은 ‘숲 속의 작은 집’, 에릭 이서진 윤균상은 ‘삼시세끼-바다목장편’(이상 tvN)에 출연했다(오른쪽부터 시계방향). 각사 제공


배우 소지섭은 예능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무한도전’(MBC)에서 소지섭을 초청해 특집을 만든 적도 있었으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완전히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서 더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소지섭과 예능의 연결고리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 하지만 현재 소지섭은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다큐 예능을 표방한 ‘숲 속의 작은 집’(tvN)에서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늘고 있다. 박신혜가 ‘숲 속의 작은 집’에 소지섭과 함께 출연 중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박민영이 첫 예능 고정 출연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넣고 있다. 다음 달 방송 예정인 ‘거기가 어딘데’(KBS)에는 배우 지진희가 출연 예정이고,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MBC)에서는 배우 겸 가수 유노윤호가 예능 첫 고정 출연을 앞두고 있다.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낯선 현상은 아니다. 2013년 이서진이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이상 tvN)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끈 이후 배우들이 하나둘 예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예능과 함께 떠올리기 힘들었던 고(故) 김주혁도 차태현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1박2일’(KBS)에 나와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

배우들이 나오는 예능에는 ‘리얼리티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어촌의 일상을 체험하는 ‘삼시세끼’, 여행에 특화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일반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윤식당’(이상 tvN) ‘효리네 민박’(JTBC) 등은 배우들이 평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적합했다.

한국 예능의 트렌드를 이끈 나영석 PD가 배우들에게서 의외의 재미를 끄집어 낸 것도 한몫했다. 나 PD 예능에 출연했던 노년의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윤여정 고 김자옥 등과 연기파 배우 김희애 이미연 차승원 등은 ‘배우 예능’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인들에겐 습관화된 모습이 있다. 리얼리티 예능에서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는데, 배우들은 그런 게 없다는 게 장점”이라며 “대중이 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배역의 모습 사이에서 혼동하지 않게 된 것도 배우 예능이 많아지게 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배우 예능은 평소 ‘소문’으로만 알려진 배우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도 준다. ‘애인있어요’(SBS) ‘미스티’(JTBC) 등에서 원숙한 멜로를 펼치며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던 지진희는 “배역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상남자”라는 다른 배우들의 증언이 많았었다.

지진희의 실제 모습은 다음 달 1일 첫 방송되는 스타 PD 유호진의 새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진희는 데뷔 후 첫 예능 고정 출연으로 사막 탐험을 하는 이 프로그램을 택했다. 특공대 출신에 취미가 암벽 등반이라는 그의 프로필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차태현은 이미 장수 버라이어티쇼 ‘1박2일’에서 탄탄한 예능감을 선보여 왔다.

한 예능 PD는 “배우들을 선호하는 게 ‘새로운 인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장시간 스케줄을 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다. 예능인들이 짧은 호흡으로 움직인다면 배우들은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해 요즘 예능 트렌드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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