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른 시일 내 핵탄두부터”
北 ‘일괄 반출’은 부정적…先 ICBM 後 단계적 협상 관측
비핵화 종료 시점 타협도 난항
북한 핵무기·미사일 반출 시나리오가 다시 북·미 실무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무기·미사일의 반출 시한과 방식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에서 서로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따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핵탄두를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이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부터 국외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보유 중인 핵무기·미사일 전체를 일괄적으로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미 양측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등을 먼저 하고 나머지를 단계별로 나누는 비핵화 시나리오를 놓고 협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한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리비아식 모델’에 반발한 만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미국이 일부 수용하는 형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괄 타결(all in one)’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ICBM을 제거하는 것부터 북한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ICBM 반출 등 미국의 요구가 일정 수준 이상 받아들여지는 단계에서 반대급부로 종전 선언 등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장치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준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ICBM 외에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폐기와 그 이후의 핵사찰 과정까지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 종료 시점에 대해선 북·미 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핵물질을 단기간 내에 폐기할 경우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한 협상카드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릴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핵사찰 문턱에서 기존의 합의를 뒤엎어버렸던 과거 사례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