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영어강사 하며 넥센팬 돼 2015년부터 日 생활… 매년 응원 와
‘테드찡’이 돌아왔다. 넥센 히어로즈의 캐나다인 팬 테드 스미스(31)씨가 지난 25일 올 시즌 처음 서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을 찾았다. 입국 당일 짐을 풀자마자 고척돔으로 왔다고 한다. “테드찡(테드 스미스 애칭), 그동안 왜 안 왔어요?” 고척돔에는 그를 알아보는 넥센 팬들이 많았다. 경기 중 스미스씨는 능숙하게 한국어로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을 했다. 고척돔에 돌아온 감상을 묻자 “정말 최고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처음 한국야구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 그해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한·일전에서 부진하던 이승엽이 8회 결승 홈런을 치는 것을 보고 한국야구의 다이나믹함에 빠졌다. 이후 2010년부터 한국에서 영어강사 일을 하면서 한국야구 직접 관람에 나섰다.
넥센을 응원하기 시작한 것은 약팀이기 때문이다. 스미스씨는 “잘 못하는 선수나 팀이 한방 쳐주는 걸 좋아해요.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거든요”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는 약팀을 챙겼다.
스미스씨에게는 넥센 박병호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그가 처음 한국 야구장을 방문했던 2010년 당시 LG 트윈스 박병호가 대타로 들어섰다. ‘왜 이런 상황에서 1할 타자를 내보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2루타를 쳐냈다. “누구든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박병호와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마침 이날 박병호는 홈런을 2개나 쳤다. 소감을 물으니 “첫 키스보다 짜릿하다”며 주먹을 번쩍 들었다.
그는 2015년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생활 중이다. 2007년 일본 유학 시절 응원하던 세이부 라이온즈의 원정 응원단으로 함께 활동하자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한국을 떠났다. 일본에는 구단마다 홈 응원단뿐 아니라 원정 응원단도 있다.
스미스씨가 메이저리그보다 아시아 야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열정적인 응원 때문이다. “미국 야구장은 꼭 교회 같아요. 아름답고 웅장하지만 너무 조용하죠.”
어느새 세이부 응원단 4년차. 한·일 간 응원문화 차이를 물어봤다. 일본은 외야에서 단체로 일사불란하게 소리를 외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 번은 10여분간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점프만 한 적도 있다. 정말 ‘미친 듯이’ 응원하고 싶은 사람만 간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남녀노소 모두가 자유분방하고 즐겁게 응원하는게 매력이란다. 세이부를 응원하면서 1년에 두어 번은 고척돔을 꼭 찾는다.
넥센의 열혈 팬인 그는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해 4월 고척돔에서 테드찡은 홈런공이 날아오자 ‘슬라이딩’하며 잡아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어렵게 잡은 공을 옆에 있던 아이에게 건네주는 장면이 방송 화면에 잡혔다. 이유를 물으니 “전 집에 공이 많아요. 그 아이는 제가 준 공 덕에 평생 야구팬이 되겠죠”라며 웃었다.
주말 3연전 내내 고척돔을 찾은 테드찡은 세이부의 히로시마 원정 경기 응원을 위해 28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경기장을 떠나기에 앞서 환히 웃으며 “여름에 고척돔에서 맥주 한 잔 합시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