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캐나다 형법 43조를 두고 ‘아동학대를 정당화한다’는 주장과 ‘아동 체벌의 기준을 제시하는 법’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캐나다 국민 10명 중 3명은 체벌이 필요하다고, 4명 중 1명은 실제 자식을 체벌하고 있다고 답했다. 체벌 옹호론이 소수이긴 하지만 완강하다.
캐나다 정부는 형법 43조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혀 왔다. 정부 개혁 의지가 반영된 진실화해위원회 94개 행동강령 중에는 43조 폐지에 관한 내용이 8개나 포함됐다. 2015년에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 취임과 함께 형법 43조 폐지를 담은 S-206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최초 발의한 셀린 파예트 전 상원의원은 “1979년 이래 48개 국가가 모든 종류의 폭력적인 자녀 양육을 금지했다”며 “이 중 31개 국가는 스테판 하퍼 전 캐나다 총리 재임기(2006∼2015년)부터 트뤼도 총리 취임 때까지 뜻을 이뤘다”며 캐나다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3년이 지났지만 법안 폐지 논의는 답보 상태다. 지난 3월 21일에도 법안을 검토하는 회의가 열렸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종교단체와 가족주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형법 43조 폐지에 반발하는 여론이 형성된 탓이다.
형법 43조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훈육 권리를 빼앗고 부모를 범죄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캐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앵거스 레이드의 2016년 설문조사에서도 캐나다 전역의 응답자 중 32%가 “아이를 때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이를 때리는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답한 이는 57%였다. 2003년 토론토 복지 당국 설문조사에서는 ‘체벌이 아이에게 해만 끼칠 뿐 효과적인 훈육법이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 형법 43조를 폐지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2%가 “폐지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모든 종류의 체벌을 근절하겠다는 캐나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13년간 체벌 찬성 비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신생아와 유아의 발달 상태를 연구하는 베스트스타트리소스센터가 2014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가 속한 온타리오주에서 1주일에 한 번 아이를 체벌한다고 응답한 부모가 25%에 달했다.
캐나다 정부는 형법 43조가 폐지되더라도 부모의 훈육이 쉽사리 범죄 행위로 전락하지 않을 거라며 설득하고 있다. 법적으로 아동학대가 성립하더라도 공교육과 직장을 통해 해결하거나 폭행의 정도에 따라 처벌 수준을 달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해밀턴(캐나다)=이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