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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흔든 곰돌이 푸… 인기 비결은?



동그란 얼굴에 앙증맞은 이목구비, 통통한 체격에 독특한 패션 감각, 언제나 느긋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래를 낙관하는 곰돌이 캐릭터…. 이 정도만 설명해도 눈치 빠른 독자들은 어떤 만화 캐릭터를 가리키는지 금방 간파할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곰돌이 푸(사진). 푸는 영국 아동문학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1882∼1956)이 펴낸 동화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주인공이었다. 이 작품은 1977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푸는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요즘 푸는 한국에서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가 지난 3월 12일에 출간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와 지난 9일 내놓은 후속작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가 국내 서점가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책은 푸가 등장한 애니메이션을 가공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책을 펼치면 귀여운 푸의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와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주문하는 글이 잇달아 등장한다.

예컨대 푸는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라면서 “그냥 배가 고픈 걸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눈앞의 행복이 생각했던 것처럼 근사하지 않아서 머뭇거리게 되나요”라고 물은 뒤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어쩌면 얄팍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책이라고 깎아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책을 향한 독자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출간 이후 거의 매주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오르내릴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최근까지 17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역시 5만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정도로 독자들 반응이 좋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 내게 해줬으면 하는 말이 실렸기 때문에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이라며 “이런 내용 위에 푸의 친숙한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가 최근 내놓은 통계를 보면 이들 책을 구매한 독자 가운데 78%는 여성이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최근 서점가에는 푸나 보노보노, 빨간머리 앤처럼 추억의 캐릭터를 등장시킨 에세이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SNS에 푸의 그림이 실린 표지나 내지를 올리는 독자가 많다”면서 “푸를 다룬 책이 인기를 끄는 건 ‘읽는 책’이 아닌 ‘보는 책’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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