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은 1998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헤딩으로 2골을 넣었다. 이 골들은 프랑스가 당시 최고 선수 호나우두가 속한 브라질을 3대 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지단은 이어 유로 2000 대회에서도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아트사커’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선배 지단에 이어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그리즈만은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6골 2어시스트)을 펼치며 대회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결승전이 옥에 티였다. 포르투갈을 맞아 날카로운 헤딩슛을 시도하는 등 지속적으로 골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득점을 내지 못했다.
특히 포르투갈의 핵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반 24분 부상으로 조기 교체됐음에도 패배해 아쉬움은 더욱 컸다. 많은 팬들이 그리즈만을 지단보다 2%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바로 유로 2016 결승전에서의 모습 때문이다.
그런 그리즈만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을 맞아 절치부심하고 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2경기에서 총 19골을 넣으며 36경기 16골의 지난 시즌보다 골 결정력이 더 좋아졌다.
지난 17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그리즈만은 마르세유를 상대로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이는 프로팀·대표팀을 통틀어 그리즈만이 수집한 첫 국제대회 우승컵이다. 이로써 유로 2016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은 그리즈만은 이제 러시아월드컵을 정조준하며 선배 지단의 업적을 이어받으려고 한다.
그리즈만의 강점은 뛰어난 드리블 능력을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스피드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슈팅력도 갖고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강팀 중 프랑스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득점왕은 프랑스에서 나올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그리즈만을 두고 하는 얘기다.
프랑스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디디에 데샹 감독이다. 프랑스월드컵 우승 당시 주장으로 리더십을 과시한 그는 감독으로서도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해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2016 유로 대회에서 준결승을 일군 뒤 이번 러시아월드컵 예선을 1위로 마치며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프랑스에는 그리즈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원의 핵 폴 포그바(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세계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는 킬리앙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엔트리에 수두룩하다. 그리즈만과 투톱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올리비에 지루(32·첼시)는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믿음직한 베테랑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준우승 이후 더 높은 자리를 노릴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