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주목받기 위한 아역배우들의 경쟁이 기성 배우들의 그것만큼이나 치열하다. 보통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거나 작품에 생기를 더하는 수준의 작은 배역을 담당하기 마련이다. 한 작품을 오롯이 이끄는 주연을 맡는다는 건 웬만한 실력과 매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살짝 거슬러 올라가면 ‘집으로’(2002)의 유승호(25),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의 여진구(21) 등이 그랬다.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입증해낸 것이다. 이들의 뒤를 이을 유망주, 이효제(14)와 김환희(16)가 연달아 스크린에 출격한다.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의 조진웅 아역으로 데뷔한 이효제는 ‘사도’(2015)에서 정조(소지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이준익 감독이 “송강호와 유아인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휘하더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2015)과 ‘가려진 시간’(2016)에서는 강동원 아역을 맡았다.
30일 개봉한 ‘홈’이 그의 생애 첫 주연작이다. 영화는 열네 살 소년 준호(이효제)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기. 극 중 이효제는 사고로 엄마를 잃고 이부(異父)동생 성호(임태풍)와 성호의 친아빠 원재(허준석), 원재의 딸 지영(김하나)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준호를 연기했다.
데뷔 4년차에 불과한 이효제는 ‘홈’에서 다채롭고도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소화했다. 아픈 엄마를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 혼자 남겨졌을 때의 쓸쓸함, 낯선 가족을 만났을 때의 어색함, 새 소속감을 느꼈을 때의 행복감까지 물 흐르듯 그려냈다.
이효제는 “첫 단독 주연인 데다 슬픈 장면이 많아서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며 “(나중에는) 감정이 이끄는 대로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허준석은 “효제의 순수한 연기를 보면서 나도 순수하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치켜세웠다.
‘곡성’(2016)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명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환희는 다음 달 20일 개봉하는 ‘여중생A’를 통해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성이 부족한 열여섯 여중생 미래(김환희)가 진정한 우정을 깨닫고 그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김환희가 연기한 미래는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려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온라인 게임에 매달리는 아이다. ‘랜선 친구’ 재희를 만나면서 비로소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된다. 재희 역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 겸 배우인 김준면(27·활동명 수호)이 함께했다.
김환희는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미래의 복잡한 감정들을 표현하려 원작을 세 번 정도 읽어보며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기분 좋다’ ‘힐링이 됐다’고 느끼며 극장을 나오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