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공짜 주식 제공’ 사건에 연루됐다 최근 무죄가 확정된 김정주(사진) NXC 대표가 어린이재활병원 설립과 청년 벤처창업 지원 등에 1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NXC는 지난해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다.
김 대표는 29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현재 서울에만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 주요 권역에 설립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들의 벤처창업 투자 지원 등으로 기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활동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년 전 1심 법정에서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재판받는 중 회사가 자산 총액 5조원을 넘어서는 준대기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가) 우리 사회의 배려 속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사회 환원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에게는 미성년 딸이 2명 있다. 그는 “국내외 5000여 구성원과 함께하는 기업 대표로서 더욱 큰 사회적 책무를 느낀다”며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와 활동 계획은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6년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대금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5∼2006년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과 이를 취득할 수 있는 자금, 2008∼2009년 넥슨 법인 리스 차량을 무상 제공한 것이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김 대표는 2005∼2014년 진 전 검사장의 가족 여행경비 등 5000여만원을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난 11일 파기환송심에서 김 대표의 무죄를 확정했다.
김 대표는 넥슨의 창업주이자 NXC 대표이사다. 1994년 말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한 뒤 1996년 게임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부인 유정현 NXC 감사와 함께 NXC 지분 97%를 갖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등 IT·게임 업계 황금기를 이끈 서울대 85∼89학번 공대생 중 한 명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