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만 테러 배제 못해…방탄 리무진 타고 고속 이동
숙소선 차량 V자 경호 가능성, 963부대가 외곽경호 맡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원들은 판문점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도 철통 경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비행기를 타고 동북아시아 바깥으로 떠나는 것은 1965년 김일성 주석의 인도네시아 방문 이후 무려 53년 만이다. 싱가포르는 치안이 매우 안정된 나라로 평가되지만 김 위원장을 노린 테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이 회담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매 1호 외에 김 위원장 전용차와 수행원 등을 운송하기 위해 IL-76 수송기가 함께 뜰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김 위원장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 때도 참매 1호와 IL-76 수송기가 함께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여러 종류의 고급차를 갖고 있지만 외교 무대에서는 벤츠 풀만 리무진과 마이바흐 62 세단을 주로 탔다. 항공 수송 편의성에서는 길이가 짧은 마이바흐가 유리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방탄기능이 뛰어난 풀만 가드를 공수할 가능성도 있다.
최대 난제는 역시 싱가포르 현지 경호다.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은 불의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공항에서부터 교통 통제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회담장까지 달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장 인근에 도착해 속도를 줄일 즈음 974부대 소속 근접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 전용차량을 겹겹이 에워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경호원 12명이 ‘V’자 대형으로 김 위원장 전용차를 에워싸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싱가포르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974부대는 우리의 대통령 경호처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최정예 요원 수천명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원이 키가 190㎝를 넘는 건장한 체격이다. 지난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과 1차 남북 정상회담 등 김씨 일가 일원들이 움직일 때마다 밀착 경호를 펼쳐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회담장 주변 등 외곽 경호는 963부대가 담당한다. 다만 북한 사정상 많은 인력을 현지에 파견할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호조직인 백악관 비밀경호국과 공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29일 “김 위원장이 독재자라는 점에서 의외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따라서 미국도 김 위원장의 경호에 신경써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