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부모 자신의 성격 알면 양육 쉬워지죠”

정혜원 더자람교육연구소장(왼쪽)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부모들에게 올바른 훈육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글 싣는 순서
<1부> 국내 실태
<2부> 해외 사례: 해외에서의 훈육과 학대 경계선
<3부> 대안을 찾아서
① 부모교육과 재발 방지책부터
② 전문가 대담


이지영(41·여)씨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13개월인 딸이 이유식을 안 먹어 소리를 질렀더니 아이도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질렀다. 이씨는 “손을 잡고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주의를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부모교육 현장. 기자가 센터에 들어섰을 때 정혜원 더자람교육연구소장과 육아 중인 여성 7명이 둥그렇게 앉아 있었다. 정 소장은 강의를 하면서 이씨처럼 육아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중간에 막지 말고 끝까지 해보게 하세요. (감정을) 푸는 건 나쁘지 않아요. 남기는 게 나쁘지.” 정 소장은 아이가 기분이 좋을 때 소리를 지르는지,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는지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고함을 지르면 처음부터 ‘하지 마’라고 하는 것보다 30초 소리를 지른다고 하면 20초, 15초 줄여나가도록 해야 해요.”

만 5살 손녀를 키우는 박모(69·여)씨는 며느리가 손녀의 외모를 자꾸 칭찬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외모에 너무 관심을 가질까봐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정 소장은 “예쁘다는 칭찬을 계속 하다 보면 아이가 외모에만 신경을 쓸 수 있다”며 “아이가 꽃무늬 옷이나 머리띠를 착용하면 ‘옷에도, 머리띠에도 꽃이 있네. 잘 어울린다’며 외모 대신 아이의 선택을 칭찬해주라”고 했다. 아이가 먼지나 위험한 물건을 입에 집어넣는 게 고민이라는 엄마에게는 “아이들은 구강기라는 걸 거친다. 욕구를 입으로 해결하려는 시기”라고 알려줬다.

이번 수업은 지난 11일 첫 교육 후 2주 만에 이뤄진 2회차 강의였다. 강의와 상담 뒤엔 부모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애니어그램으로 9가지 유형 중 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테스트했다. 애니어그램은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크게 머리·가슴·배 유형으로 분류하고 다시 기질에 따라 세분한다.

박씨는 5번 유형이었다. 그는 이상적인 계획을 세우는 걸 선호하며 논리적인 ‘머리형’ 할머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정 소장은 “5번 유형 부모는 ‘엄마 커뮤니티’에 안 끼는 게 나아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아이들을 잘 안 만져주실 건데 스킨십도 연습이 필요해요”라고 조언했다. 박씨는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정 소장의 말을 열심히 메모했다. 이것도 전형적인 머리형의 모습이었다.

이씨는 배에 에너지가 많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1번 유형이었다. 정 소장은 자신도 1번 유형이라며 “아이를 기르면서 성격과 상관없이 욱할 때가 있을 거다. 욱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나쁜 엄마라 생각하지 말고 죄책감도 갖지 마시라”고 위로하며 “이 시간에 공부하러 오시는 거면 애가 잘 자랄 것”이라고 격려했다.

수업을 마친 엄마들은 부모교육이 유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자신이 완벽주의 성격이라 남들보다 화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적어도 아이와 갈등을 빚는 원인 중 하나는 파악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는 “2주 전 첫 수업에서 완벽주의 성격이란 걸 알았다. 선생님이 종일 아이를 돌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쉽기 때문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며 “성격에 따른 양육방식도 알 수 있고 아이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이채원(32·여)씨도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주의를 줘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화가 났는데 아이의 기억은 어른만큼 좋지 않고 바뀌는 속도도 느리다는 걸 알게 됐다. 이씨는 “수업을 들은 뒤로는 이것도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고 내 기준에서만 아이를 다뤘던 이전 습관에서도 벗어났다”며 웃었다.

3년차 부모교육 강사인 정 소장은 기자에게 “아이를 기르는 건 힘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육아에는 ‘1+1=2’같이 정해진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 아이를 못 기르는 게 아니고 이 세상 모든 부모가 비슷한 고민을 겪는다”며 “부모라면 모두 필수로 부모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민아 임주언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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