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로 이어질 선행 조치 ‘합의→이행’ 속도전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상의 핵심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보장할 수 있는 초기 조치의 합의 도출이다. CVID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초기 조치를 먼저 이행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완성하는 게 협상의 목표다.

북·미 양측은 다음 달 12일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선행 조치 합의를 이루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전면에 나섰다. 김 대사는 6자회담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로, 북한의 외교 언사와 전략에 능통하다. 최 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에서 고속 성장한 인사다.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받고 있고 영어에도 능숙하다. 북·미 정상회담 예정일까지 정확히 2주가 남은 촉박한 상황에서 메시지 오독을 방지하고 조속한 합의 도출을 위해 발탁된 인사들이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일부 핵탄두 폐기 및 국외 반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 폐기라는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핵화를 검증할 핵 사찰에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방식으로는 미국의 단독 핵사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정치적 결정이 가능한 미국의 단독 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에 더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국인 억류자 3명 석방 등 추가적인 선제 조치도 이미 실행한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들을 카드로 내놓았다. 미국은 대북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고 남·북·미 3자 정상 간 종전선언을 도출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선언은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선언하는 시발점이다.

한·미 양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의 완화도 미국의 보상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29일 “북한이 과감하게 선제 조치를 단행한다면 미국이 주도해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붙여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냅백 조항은 이란 핵협상 당시 사용된 것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조항이다.

양측은 이 같은 합의안을 3개월 안에 압축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실무 협상에서 번번이 합의가 번복됐던 전례를 피하기 위해서는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미 간 사전 협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담판을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초기 합의들이 성실히 이행된다면 양측은 완전한 비핵화 및 보상 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연락사무소 설치, 북·미 수교 절차 등이 추진되고 경제적으로는 투자사무소 설치, 상호 투자 및 기업 진출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본격 추진될 경우 상호 군비통제·축소 및 불가침조약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치·외교·경제·군사적인 조치들이 완료되면 비로소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완성된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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