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30일 미국 방문은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서는 18년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들어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에 북한 권력서열 2위로 평가되던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은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때는 4개월 전 6·15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한반도에 한창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무렵이었다. 미국은 전년도에 3단계 대북 포용정책을 골자로 한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은 뒤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한 상태였다. 북한도 이에 화답해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조 제1부위원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다. 조 제1부위원장의 방문 결과로 나온 북·미 코뮈니케(공동성명)에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언급되기도 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두 차례 회담했다. 양국 간 외교대표부 개설과 미사일 문제,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사실상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일정 확정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그해 11월 대선에서 야당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하면서 판이 엎어졌다. 여당의 패배로 대화 동력을 잃은 클린턴 대통령은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방북을 취소했고 결국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은 없던 일이 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