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워싱턴행서 뉴욕행 변경… 폼페이오와 고위급 회담 후
트럼프타워서 만날 가능성 김정은 친서 전달 여부 관심
美, 새 대북 제재 보류 결정… 폼페이오, 재방북할 수도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급진전되면서 6·12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마무리하기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특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에 가기 위해 29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면서 북·미 간에 사실상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 ‘최종 확인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오전 10시쯤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당초 그는 이날 오후 1시25분 워싱턴행 중국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뒤 30일 오후 1시 뉴욕행 항공편으로 예약을 변경했다. 공항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도 목격돼 함께 방미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중국 쪽 고위 인사들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방미 일정을 늦췄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방미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다양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으며 게다가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으로 오고 있다. 내 서한에 대한 아주 강력한 반응이다. 감사하다”고 썼다. 자신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북·미 회담 취소 서한에서 “북한이 적대감을 접고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고 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앞으로 북핵 문제에 내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썼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에 도착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개최는 물론 김 위원장의 친서 등을 전달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경우 최근 두 차례 방북 때 매번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다만 행선지가 워싱턴이 아닌 뉴욕이어서 백악관이 아닌 뉴욕의 트럼프타워 등에서 만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
무엇보다 방미 일정이 잡힌 것 자체가 비핵화와 이에 따른 보상 문제 등 북·미 간 주요 걸림돌들이 해소되고 마지막 단계로 최고지도자들 간 진의 확인 절차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도 한 차례 더 방북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북·미가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실무협상도 급피치를 타고 있다.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선 지난 27일에 이어 30일 다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실무팀이 의제 조율을 할 예정이다. 협상은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협상팀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호텔의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뒤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등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팀과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북한팀이 의전·경호·보안 문제를 논의했다.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일본 NHK방송 기자를 만나 “오늘 아주 많은(a lot of) 미팅을 한다”고 말해 북한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당초 29일 발표하려던 새 대북 제재를 보류시켰다고 WSJ가 보도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포함해 30여개 기업이 제재 대상이었다. 북·미 협상 중이어서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제재를 보류했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