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냉장고와 엔트로피 법칙

1911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냉장고제너럴 일렉트릭


지난 20일 국내 특허청 조사결과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냉장고가 선정됐다. 인터넷, 컴퓨터, 텔레비전, 자동차 등을 제친 결과로,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기능 덕분인 것 같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위치에너지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자연법칙 때문이다. 물의 흐름처럼 열도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더운 여름날 얼음을 냉장고에서 꺼내면 주위의 뜨거운 공기에서 차가운 얼음으로 열이 흘러 얼음이 녹는다. 하지만 물이 주위의 공기로 열을 빼앗겨 저절로 얼음이 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엔트로피(=무질서도) 법칙에 따르면 자연은 항상 무질서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얼음을 구성하는 물분자는 얼음 결정에 묶인 채로 약간의 진동을 한다. 이런 경우를 무질서도가 낮다고 한다. 그런데 외부의 열이 얼음에 전달되면 물분자의 움직임이 격렬해지고 결국에 결정 위치를 벗어나 액체 상태인 물로 된다. 이 경우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지는데 이를 ‘더 무질서해졌다’고 한다. 얼음이 녹는 현상은 좀 더 무질서해진다는 엔트로피 법칙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차가운 물이 주위의 뜨거운 공기로 열을 빼앗겨 저절로 얼음이 되는 일은 무질서도가 감소하는 현상이므로 자연법칙에 위배된다.

얼음을 만들려면 열을 온도가 높은 곳으로 전달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냉장고는 모터를 돌리고 일을 해서 차가운 냉장고에서 더운 외부로 열을 이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냉장고가 일을 하는 만큼 더 많은 열이 외부로 배출된다. 냉장고 내부에서 시원해지는 만큼 무질서도는 감소하나, 외부로 더 많은 열이 배출되면서 외부 공기의 무질서도는 더욱 커지므로 전체 무질서도는 여전히 증가한다. 즉, 냉장고로 얼음을 만드는 경우에도 여전히 무질서도는 증가하며 자연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엔트로피 법칙을 따르는 냉장고 덕분에 빙수를 먹으면서 무더운 여름을 날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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