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겁 없는 막내 이승우(20·사진)는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다음 달 1일 ‘가상의 스웨덴’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2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스웨덴 장신 수비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역할로 깜짝 발탁된 만큼 이승우의 플레이가 더욱 주목되는 경기다.
지난 28일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이승우의 만점짜리 활약을 지켜본 팬들의 기대감은 크다. 이승우는 A매치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들지 않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30일 “이승우는 공격에 의외성과 파괴력을 더해줄 수 있는 스타일이다”며 “주전이든 조커든 진작 등용해봤어야 할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패스를 받으며 돌아서는 민첩성,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속도에서 동료들보다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볼을 패스한 뒤에도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의 다음 플레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이는 손흥민의 중거리슛 득점 장면에서도 나타났다. 온두라스 수비수들은 손흥민에게 패스를 한 뒤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달려드는 이승우를 쫓았다. 공간이 생긴 손흥민은 침착하게 슈팅할 수 있었다.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은 그간 이승우의 약점으로 언급된 피지컬 문제를 확인해볼 무대이기도 하다. 체격조건이 온두라스보다 뛰어난 보스니아의 수비진은 더욱 강한 몸싸움으로 한국 공격수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는 세리에A에서 뛰며 피지컬 훈련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시즌을 보낸 만큼 거친 수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승우가 과거 ‘축구 신동’의 모습처럼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터뜨릴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의 측면 미드필더를 넘어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한 해설위원도 “창의적인 이승우의 플레이 스타일만 고려하면, 파트너 공격수를 직접 도와줄 수 있는 처진 스트라이커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보스니아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는 ‘정예 멤버’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 경기 이후 26명 가운데 3명이 탈락, 러시아에 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확정된다. 스페인의 축구전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이날 “이승우가 데뷔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며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