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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도 우리 문학 영토”… 남북 근현대 작가 31명의 비사





한국 문학의 영토를 북방으로 넓혀 본 기록문학 작품집 ‘문학아 밖에 나가서 다시 얼어 오렴아’(삼인·표지)가 나왔다. 파블로 네루다와 이태준, 정지용과 길진섭, 이용악과 오장환, 최석두와 정추, 김동리와 서정주, 전혜린과 이덕희, 이성부와 김훈 등 남북한의 근현대 대표 작가 31명에 얽힌 비사를 탐문한 내용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 정철훈(59·사진)은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남북 분단 때문에 문학사가 남방 문학 100년으로 귀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북방은 회복돼야 할 우리 문학 영토라는 생각으로 2년간 근현대 작가들의 과거를 추적했다”고 말했다. 제목은 매서운 추위의 북방으로 우리 문학의 경계가 확장돼야 한다는 각성의 뜻을 담았다.

우선 작가들의 교류가 눈에 띈다. 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평가받는 이태준(1904∼미상)은 1951년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작가 좌담회에서 조우했다. 네루다는 전쟁 중인 나라에서 온 작가 이태준의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태준에게 중국어로 번역된 자기 시집을 건넸다. 시집에는 네루다가 한문으로 ‘그린’ 이태준의 이름이 있었다. 이태준은 이후 그의 시집 번역을 추진했다고 한다.

죽음이 작가들의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었던 시대였는지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프롤레타리아 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최석두(1917∼1951)는 월북해 북한 문화선전성에서 일했던 인사다. 그는 평양 문화선전성 건물 앞에서 음악가 정추를 만나기로 했다. 정추가 작곡에 쓸 시작(詩作) 노트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최석두는 바로 그 건물 앞에서 유엔군의 폭격으로 숨졌다. 정추는 “폭탄 파편이 그의 가슴에 날아들었다. 달려가 그를 감쌌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프로문학계에서 주목받는 그가 내 품 안에서 운명한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증언했다.

‘풀’로 유명한 대표적 현대시인 김수영(1921∼1968)이 등단 초기 박인환(1926∼1956) 등 모더니스트 시인들에게 혹독한 비판과 수모를 당한 얘기도 나와 있다. 김수영은 46년 ‘묘정의 노래’로 등단한 뒤 박인환을 찾아가 등단지를 보여주지만 그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인환은 ‘묘정의 노래’를 습작 수준으로 취급한 것은 물론 등단지를 구석에 처박아버렸다.

한국일보 선후배로 함께 일했던 시인 이성부와 소설가 김훈이 겪은 군부의 사전검열도 한 시대의 풍경으로 나온다. 걸출한 작가들의 비사를 통해 문학사를 톺아볼 수 있다. 정철훈은 다음 달 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북토크를 가질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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