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국유림에 뿌리를 내린 저 나무는 미라를 연상시킨다. 가지는 뒤틀린 상태이고 몸통에서는 전혀 생기를 느낄 수 없다. 저 나무의 수종(樹種)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강털소나무’다. 강털소나무 중엔 수령(樹齡)이 5000살이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사진 속 저 나무는 이미 죽어버린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강털소나무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곤충과 곰팡이의 공격을 거뜬히 막아낸다. 얕고 넓게 뻗은 뿌리는 어떤 강풍이라도 이겨내게 만든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메이비(77)는 이렇게 말한다.
“강털소나무가 고령까지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최고의 전략은 스스로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늙을 대로 늙은 나무는 대부분의 부위가 죽음의 상태에 들어가고, 뿌리와 잔가지 약간을 연결하는 조직만 살아남는다. 그에 따라 필요한 것도 줄어든다.”
‘춤추는 식물’은 이처럼 희한한 식물들의 생로병사를 들려주면서 인류가 식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식물이 관상용으로 전락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식물은 동물만큼 ‘존재’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술과 과학의 역사에서 식물이 어떤 존재감을 뽐내는지도 들려준다. ‘시인, 과학자, 사상가를 유혹한 식물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