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 결심… 마지막이란 각오로 후회 없이”
2년 만에 IBK기업銀으로 유턴… 서브 득점 자타공인 리그 최고
“공백기를 가진 만큼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더 화끈한 서브를 보여드릴게요.”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살던 ‘서브 퀸’ 백목화(29)가 프로배구 코트로의 깜짝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2015-2016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원소속 구단 KGC인삼공사와 협상에 실패하며 사실상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2년여 공백기를 딛고 IBK기업은행에 새 둥지를 틀면서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다.
백목화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년 전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보다 이번 복귀가 더욱 힘든 결정이었다”며 “올해가 아니면 다시 배구공을 잡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배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백목화의 배구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그는 벤치 신세였다. 이듬해 FA 보상선수로 KGC 유니폼을 입었다. 꾸준한 노력 끝에 2012-13 시즌 팀의 간판선수로 거듭났다. 그해 득점 7위(412점), 공격성공률 8위(36.57%), 국내선수 서브 득점 1위(55점)를 기록하며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다음 시즌에는 세트당 평균 0.461개의 서브를 성공, 국내외 선수 합쳐서 1위를 하며 당당히 서브상을 차지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프로에서 성공한 202개의 서브는 역대 7위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이후 슬럼프가 온 그에게 프로배구계의 관심이 줄어들었다. 급기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백목화는 2016년 실업팀 대구광역시청에서 뛰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부터 바리스타 생활을 시작했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던 그는 선수 시절이던 2010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커피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동시에 자신의 직업이기도 한 배구에 대한 미련도 없지 않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다.
기업은행은 이날 리베로 노란과 2018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선수를 내주고 KGC로부터 레프트 백목화와 리베로 박상미, 2018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FA 선수 이적으로 약화된 레프트 포지션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백목화를 선택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감독이었던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백목화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택했다는 후문이다.
백목화는 “기업은행 구단에서 직접 카페에 찾아와 ‘함께 해보자’고 힘을 북돋워준 것도 복귀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귀띔했다. 이어 “손을 놓은 배구에 다시 완벽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바리스타의 매력을 잊지도 않았다. 그는 “나중에 배구계에서 완전히 은퇴하면 다시 할 것 같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커피숍이라는 공간 자체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백목화는 다음 달 1일 구단에 합류, 다시 프로 선수의 길을 걷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