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궁중요리와 유기그릇

놋쇠로 만든 유기그릇


예로부터 궁중요리와 전통상차림에는 놋그릇이나 방짜그릇이 쓰였다. 놋그릇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놋쇠(황동)로 만든다. 중국이 자기그릇을, 일본이 나무그릇을 쓰는 데 비해 우리 선조들은 놋쇠나 방짜 등 유기그릇을 사용했다. 유기그릇은 색상이 예뻐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보온, 보냉 효과가 있다. 그리고 상한 음식에는 색깔이 변하며, 농약이나 독약이 든 음식에는 까맣게 변해 독성을 가려낸다. 식중독균과 부패미생물에 대한 살균작용도 강해 음식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유기그릇은 보통 두들겨서 만드는데, 안성유기는 모형 틀에 주물을 부어 만들기 때문에 이를 ‘안성맞춤’이라 부른다. 황동은 가공이 용이하고 아름다운 색과 광택으로 서구에서는 로마제국 때부터 동상 등 공예품 재료로 쓰였다.

로마제국도 유기그릇을 사용했으나 인체에 나쁜 납이 들어 있어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참고로 구리에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된다. 우리가 쓰는 500원짜리 동전이 백동이다.

놋쇠보다 더 알아주는 것이 방짜로 일명 양반쇠라 불린다. 놋쇠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데 비해 방짜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다. 금속학자들은 한국의 방짜를 일러 ‘세계적 특허감’이라고 감탄한다. 이유는 구리와 주석의 불가사의한 합금비율 때문이다. 보통 구리에 주석을 10% 이상 넣어 합금했을 경우 주석의 성질상 깨지기 쉬워 식기로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방짜는 구리 78%에 주석 22%를 합금해 만들어져 금속학자들조차 불가사의한 일로 보고 있다.

구리에 주석이 10% 섞인 청동은 푸른 색깔이 감돌지만 주석이 22% 섞인 방짜는 은은한 흰빛을 띤 황금색이다. 구리와 주석 모두 살균력을 갖고 있어 방짜의 살균력은 놋쇠보다도 강해 치명적인 O157 식중독균을 멸균시킨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그릇이다.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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