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거르고 “빛의 속도로” 큰 마찰없이 남북 공동보도문



우여곡절 끝에 열린 세 번째 남북 고위급 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남북은 1일 오전 두 시간 동안 열린 회담 전체회의에서부터 전반적으로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엿새 만에 개최된 회담이어서 남측은 물론 북측도 합의에 적극적이었다.

회담 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한겨울인 지난 1월 9일 열렸던 1차 고위급 회담을 언급하며 “날씨보다 더 많이 바뀐 게 남북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5개월간 이어온 남북 관계의 여러 문제를 잠깐 생각해보니 날씨가 변한 건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내야 하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집이 4·27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임을 언급하며 “이번에 올 때는 유다른(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북남 수뇌 분들의 체취가 곳곳에 스며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북남 관계는 빛의 속도라고 할까, 세계가 일찍이 알지 못하는 속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대표단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정도 가진 데 이어 네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을 조율했다. 남북 대표들은 보도문 채택을 서두르기 위해 점심도 거르고 회담을 계속했다. 남북은 회담 시작 8시간이 채 못 된 오후 5시42분 종결회의를 마치고 각자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종결회의 발언에서 “우리 민족에게, 온 겨레에게 좋은 결실을 더 빨리 안겨주자고 점심밥도 넘기고 푼푼이 했다. 북남 당국 대표들이 밥을 다 먹고 일한다고 생각 마시고, 항상 이렇게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것을 좀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늘 우리가 보여준 것과 같은 자세로 남북 간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마음을 다시금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