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응수타진 사실상 9부 능선 넘어서
트럼프 “잘 안되면 수차례 정상회담 할 수도
비핵화에 미사일도 포함 신속하게 폐기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오후(한국시간 2일 새벽) 워싱턴DC를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예방을 받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친서에 비핵화 입장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아 6·12 정상회담의 정상적인 개최는 물론 양 정상이 도출할 합의문에도 사실상 큰 그림이 그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북·미 간 쟁점사항에 대한 사실상 최종적인 의중을 담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면 정상회담은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특히 양 정상이 핵심 쟁점에 대해 친서까지 주고받으며 명확한 의중을 파악한 이상 북·미 정상회담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6·12 싱가포르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도 협상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한 차례 회담으로 완결짓고 싶지만 때로는 거래가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 차례 회담이나 두 차례 회담, 세 차례 회담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어느 시점에는 해결될 것”이라며 “힘든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협상을 타결하는) 그날이 와서 제재를 해제하고 한반도 전체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나는 행복할 것”이라면서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후속 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을 지적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이행해야 하며 미사일 프로그램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같은 날 평양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31일 오후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북한을 평화와 번영, 안전의 새 시대로 과감히 이끄는 역사적 서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이 표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옮길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지난 72시간 동안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나는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미국)는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들(북한)은 반대급부로 뭘 원하는지 서로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어려운 과제이며,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려운 순간이 따를 것”이라고 말해 난관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합의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텐데 이를 우려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지도자들이 논의할 일이고 국방부 소관이라 나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대답을 피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