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와 평가전서 1대 3 패배, 상대방 역습 한 방에 수비 무너져…남은 기간 잘 활용해 본선 임해야
2일 최종 엔트리 23명 확정 후, 3일 사전 훈련지 오스트리아行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1대 3으로 완패하며 수비 조직력 확보라는 과제를 재확인했다. 신태용 감독이 재차 꺼내든 스리백 카드는 번번이 상대에게 뒷공간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에서의 모든 준비 과정을 마친 신태용호는 2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을 확정하고 3일 사전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과제 남긴 변형 스리백
이날 한국은 기성용에게 최후방 수비수의 역할을 맡기고 그의 양옆에 오반석과 윤영선을 배치하는 변형 스리백으로 보스니아를 상대했다. 기성용은 좌우 측면과 전방으로 여러 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한국의 역습을 도왔다. 특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용이 기성용으로부터 볼을 받은 뒤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여러 차례 크로스를 올렸다.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던 한국 수비진은 상대의 역습 한 방에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전반 28분 왼쪽 측면에서 엘다르 사비치가 길게 올린 크로스는 중앙 공격수인 에딘 제코의 머리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수비가 제코에게 집중한 터라 오른쪽에서 침투하던 에딘 비슈차를 막는 선수가 없었다. 흐르는 볼을 받은 비슈차는 골키퍼 김승규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불리기 직전인 추가시간에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도 확인됐다. 전반 45분 보스니아 진영에서 올라온 긴 패스 한 방에 비슈차가 김승규와 다시 한 번 일대일 기회를 맞은 것이다. 패스 타이밍에 맞춰 비슈차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고, 첫 발에서 뒤진 우리 수비는 비슈차의 등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후반 33분에도 똑같은 형태로 비슈차에게 실점, 기어이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우리 수비진의 비어 있는 뒷공간으로 길게 넘어온 크로스는 비슈차의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됐다. 우리 선수들끼리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실수로 흘린 볼이 상대의 역습으로 연결됐다는 점이 더욱 뼈아팠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그동안 한국 수비수들은 동료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고 빨리 이동하는 것, 그리고 볼을 지키는 ‘발밑 기술’이 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급선무는 스리백을 확립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신 감독은 경기 직후 “스리백을 실험적으로 하다가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수로 실점했다”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남은 기간 16일
선수들 스스로 겸허한 마음으로 ‘F조 최약체’를 자처하는 만큼 한국은 ‘선 수비 후 역습’의 전략으로 본선 무대에 임한다. 한국은 스웨덴(18일) 멕시코(24일) 독일(27일)에 맞서 볼 점유율에서부터 뒤지는 싸움을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볼을 소유한 한정적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비들의 볼 키핑 능력, 공격진의 ‘원샷 원킬’ 본능이 필요한 이유다.
목표로 하는 승점 4점을 위해서는 전원 수비를 불사하면서도 역습 찬스에서는 모두가 공격에 가담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설위원 출신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내려앉아 있기만 하면 위험은 더 커진다”며 “간헐적으로라도 무서운 역습을 펼쳐야 상대 수비수들이 공격에 덜 가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볼을 빼앗으면 어떻게 하겠다’ 하는 확실한 패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성의 만회골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신태용호가 그간 연습한 역습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전반 29분 정우영이 상대의 패스미스를 차단한 뒤 지체 없이 전방의 황희찬에게 길게 패스했다. 수비를 등진 황희찬은 골문으로 쇄도하는 이재성을 확인하곤 슬쩍 공의 방향만 틀었다. 이재성은 상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왼발 칩샷으로 골문을 열었다. 모든 선수가 유기적이고도 창의적으로 움직였다.
신태용호는 보스니아와의 경기 이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주장 기성용은 “선수들이 전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상대에게 압도당했는데, 이것이 현주소”라며 “월드컵에서는 다시는 이런 경기를 치르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고 말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메운 4만여 관중은 패배에도 아낌없는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전주=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