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은 더 이상 진단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대장용종, 조기 대장암 등 대장 내 어느 곳에 있는 혹이라도 치료 대장내시경으로 절제가 가능한 까닭이다.
조기 대장암은 암세포가 대장 표면(점막층, 점막하층)에만 국한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지금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고 내시경용 칼과 같은 새 수술기구들이 개발되면서 대장암을 개복수술 대신 내시경만으로 상처 없이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대장암 진단을 받으면 초기라도 전신마취 후 대장을 30㎝ 이상 절제해야 했다. 일주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일상생활 복귀까지 2주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내시경종양절제술(내시경점막하박리법·ESD)의 등장에 힘입어 이렇게 큰 수술을 받지 않고도 쉽게 암을 제거하고 3∼4일 만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ESD 시술은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대장용종 또는 조기 대장암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점막 밑에 약물을 주입해 점막과 근육 층을 분리한 뒤 그 틈으로 내시경 칼을 삽입해 혹 주위 점막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시술이 이뤄진다.
최근 들어 이 치료법이 더 각광을 받는 이유는 조기 대장암의 크기나 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술자의 능력에 따라 90% 이상 성공적으로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후 통증이나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ESD 시술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용성과 안정성을 인정해 임상적용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엔 10여년 전 도입됐지만 대장에 비해 장벽이 두꺼운 위장 쪽에 주로 적용됐다. 대장암 제거 쪽에 시행된 것은 얼마 안 된다.
필자는 지금까지 2600회 이상 ESD 시술을 시행했다. 그만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관련기술을 충분히 익혔다. 2009년 4월엔 7시간 동안 크기가 14㎝나 되는 용종을 내시경만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ESD 시술 즉 대장내시경점막하박리법을 이용한 조기대장암 및 대장용종 제거술은 대장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다.
육의곤 대항병원 대장암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