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양측이 싱가포르 휴양지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을 6·12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결정한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정상회담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샹그릴라 호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풀러턴 호텔에 묵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펠라 호텔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미국 실무협상단이 묵었던 곳이다. 부지가 넓은 5성급 호텔이며 근처에 골프장도 있다.
특히 이 호텔은 섬(센토사)에 위치해 두 정상을 경호하기 편하다는 점이 양국 실무진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카펠라 호텔에서 인부들이 대형행사에 필요한 시설과 천막을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예상되는 샹그릴라 호텔은 최근까지 정상회담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던 곳이다. 연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제 행사를 치른 경험이 많다. 348㎡(105평)짜리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료가 1만 싱가포르달러(약 803만원)에 달한다.
북측은 김 위원장의 숙소로 풀러턴 호텔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끈 북한 실무협상단도 이곳에 묵었다. 싱가포르 강변에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5성급 호텔로, 귀빈실의 하루 숙박료는 645만원 수준이다.
이 숙박료를 누가 내느냐는 문제도 양측 실무 현안 중 하나다. 북한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을 때도 비용을 자비로 대지 않았다. 선수들 체재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머지 북측 대표단의 체재비는 남측이 부담했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 일행의 싱가포르 숙박비를 대줄 의향은 있지만 북측이 이를 모욕으로 느낄까봐 회담 주최국 싱가포르에 대납을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응엥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북측 체재비 부담 관련 질문에 “우리는 이 역사적인 만남에서 작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반핵 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도 북한 대표단 체재비를 대신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회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의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지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회담장 방을 고를 때도 두 정상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도록 출입문이 2개 이상이어야 한다. 출입문이 하나뿐이면 한 사람이 먼저 와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되므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의 알란 총 연구원은 “모든 측면에서 시각적으로 동등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 전용기가 비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북측이 김 위원장의 공항 도착 장면 촬영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