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종전선언’ 합의 땐… 文, 즉시 싱가포르 합류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을 진행해온 북한 측 실무팀 관계자들이 3일 오전 벤츠 승용차를 타고 숙소인 풀러턴 호텔 지하주차장을 나오고 있다. 실무팀 리더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차에 타지 않았다. 미국 측 실무팀은 2일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65년간 이어진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의 종식 여부를 가늠할 운명의 일주일이 개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공식 언급하면서 남·북·미 3자 정상의 종전선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일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에 합류해 종전선언을 도출하기 위해선 이번 주 내에 ‘초청장’이 배달돼야 한다. 청와대는 싱가포르 종전선언이 불발될 경우 판문점에서 3자 정상이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면담한 뒤 “(김 부위원장과) 전쟁 종식에 대해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종전선언 프로세스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3자 정상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이른바 ‘빅딜’에 성공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다. 북·미 양측이 초청한다면 문 대통령은 즉시 싱가포르에 합류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이번 주가 가장 중대한 고비”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북한과 미국의 입장 변화를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종전선언이 차기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미 양측이 단계적 비핵화 이행조치와 보상 방안을 두고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그 경과를 보기로 할 경우 종전선언은 이후 단계에서 이루질 수 있다. 종전선언은 불가침 약속인 만큼 이 경우 미국이 단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만으로 종전선언 카드를 내주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과 제73차 유엔총회(9월)도 유력한 시기로 거론된다. 북·미 정상회담 ‘유치’가 좌절됐던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판문점에서 평화를 선언한다면 세계사에 남을 장면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판문점 종전선언 방안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종전선언 참가 대신 추후 평화협정 체결 논의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남·북·미 3자와 모두 수교해 적대관계를 모두 청산한 상황이어서 종전선언에 참여할 주체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도 속도전을 위해 남·북·미·중 4자 협의보다는 남·북·미 3자 협의를 선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은 적대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인데, 중국은 남·북·미 3자와 모두 수교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중국을 억지로 논의에서 배제하는 게 아니다. 중국 역시 정부에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는 중국의 참여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에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 명의로 서명했다. 정규군이 아닌 지원군 형식이어서 평화협정 당사자가 아니라는 해석과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만큼 평화협정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협정은 제도적,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이 관여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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