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1일(현지시간) 백악관 회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때 불발 위기까지 몰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에는 환영하지만 속도조절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는 입장차가 뚜렷하다.
중국 외교부는 2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의 문답을 홈페이지에 올려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고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CCTV 등 중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을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과정(process)’이란 단어를 10차례나 사용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미국이 기존의 신속한 일괄타결식 비핵화 대신 느리고 단계적인 비핵화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으로 입장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유연해졌다는 시각과 함께 벌써부터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CNN방송에 “이번 회담은 실무진 수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시작된 만큼 앞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질지 모른다”면서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공동설립자 조엘 위트는 “비관적으로 볼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거친) 수사를 완화했고,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활주로를 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상당수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적지 않은 양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동의 결과물은 이전에 미국이 북한에 빠른 속도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장기적 동결’에 문을 열어놓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에 김일성 주석과 했던 협상 내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강화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도 전에 거대한 양보를 한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과정’이라고 말한 것도 즉각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확약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양보”라고 지적했다.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발언에도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재팬 패싱’에 대한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동안 최대 압박이 유지되게 하려고 트럼프 대통령과 23번 전화를 하고, 6번 직접 만났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오는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의 진의를 묻고 핵·미사일·납치자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경제 지원도 없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