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핵탄두 반출→北美연락사무소… 신속·단계적 비핵화 가닥





미국과 북한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맞교환할 비핵화 및 체제안전 보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남·북·미 3자 간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북한이 3개월 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국외로 반출해 폐기하면 미국이 연내 대북 제재를 풀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1단계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후 2020년을 목표로 완전한 비핵화(CVID)와 완전한 체제보장(CVIG)을 위한 조치를 밟아나가는 2단계 로드맵이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대상과 방식, 이행 시한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북·미가 이처럼 신속하면서도 단계적인 비핵화로 방향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말을 1차 시한으로 잡아 북·미가 중대한 선제조치를 취하고, 추가 정상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마무리 짓는 구상이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자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끝나는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대내적으로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는 시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의 핵탄두·ICBM 국외 반출을 2∼3개월 내 하도록 못 박고, 9월쯤 이행 여부가 확인되면,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 및 테러지원국 해제, 관계 정상화 조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관련 내부 설득이 필요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핵 포기에 대한 대가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 본토 위협을 제거했다는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추가 회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회담을 확정 발표하면서 추가 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1단계 조치가 일단락되면 내년부터는 북한 내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본격적인 사찰·검증이 시작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 북측이 신고한 핵 프로그램 목록이 맞는지 확인하고, 폐기 조치를 실제 이행하는지 검증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북·미 국교 수립, 평화협정 체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전반적 조정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양측은 주말 동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판문점 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지난달 27일과 30일 두 차례 의제조율 실무회담을 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회담’ 이후 추가 협상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미 종전선언 문제 등이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직접적 보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한·미의 의지 표명이자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긴 여정의 출발점으로서 갖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종전선언은 한·미가 북한에 줄 수 있는 안보 보장의 첫 단추로서 의미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6·12 북·미 정상회담과 연계해 곧바로 추진하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의 반발, 중국의 움직임 등 변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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